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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dow of The Wind 바람의 그림자
Carlos Ruiz Zafon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이 책의 네덜란드어 번역본이 자주 가는 슈퍼마켓의 서적코너에 놓여 있었다. 열 권도 채 안 되는 슈퍼마켓 판매도서들 사이에 죤 그리샴, 다이어트 책 등과 함께 진열되어있는 걸 보고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책을 만나는데도 어떤 운명이 있는 것일까?
우연히 접하게 되었지만, 그 우연이 아니었다면 이 재미있는 책을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이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일 수도 있겠다.
스페인어를 하는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유독 많은 생일파티에서 선물로 누군가 가져온 책이 바로 《바람의 그림자》였다.
표지도 근사한 이 스페인어 원서에 대해 저마다 한 마디씩 했던 생각이 난다. 읽지는 않았어도 적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책을 가져온 친구는 꼭 읽어봐야된다며 힘주어 권했는데, 어떤 책이냐는 질문에는 "‘음…마르께스 같다고나 할까" 했다.
책을 다 읽고나니, 그 줄거리를 설명하기보다는 다른 작가들을 들먹이는 게 더 쉽겠다는 데에 수긍이 간다. 책 표지에 소개된 워싱턴포스트지의 비평가도 그랬던 모양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레베르테의 <뒤마 클럽>,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 윌리엄 요르츠베르의 , 바이어트의 <소유>,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이 불려나왔다.
잊혀진 작가의 작품과 그 삶을 따라가는 주인공들이 그 문학작품 속에서와 같은 사랑을 하는 과정, 다른 문학작품의 인용, 비밀스러운 책의 세계, ‘내가 니 할아버지다’ 류의 혈연의 비밀 설정(이 책에서는 ‘실은 남매다’ 설정), 지칠 줄 모르는 이야기 전개, 남겨진 편지를 매개로 과거를 복원해가는 것, 3대에 걸친 장대한 이야기, 고딕소설의 분위기, 소설 속의 소설. 러브스토리…라는 점 등이 언급한 소설들을 연상시키는 까닭일 것이다.
독서광까지는 아니라도 뒹굴며 책 읽는 재미, 다 읽기가 아까울 정도로 감질난 책 읽는 맛, 책 속의 세상에 빠져들어 현실의 시름을 잊기도 하는 사람이라면, 첫 페이지부터 이 책에 매료될 것 같다.
1945년, 열 살 먹은 다니엘은 아버지와 함께 ‘잊혀진 책들의 묘지’를 찾아가게 된다. 오늘 볼 것은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된다는 아버지의 주의를 들으며 찾아간 곳은, 역시 보르헤스를 연상시키는 책들의 공간이다.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서점을 운영하며 그 윗층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다니엘.
책들에 둘러싸여 자라났고, 책 속의 인물들을 친구 삼아 지낸다.
서점은 그에게 ‘enchanted bazaar’이다.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서 아버지는 다니엘에게 들려주는 생의 비밀.
“This is a place of mystery, a sanctuary.
Every book, every volume you see here, has a soul.
The soul of the person who wrote it and of those who read it and lived and dreamed with it.”
“Everybook you see here has been somebody’s best friend.”
다니엘은 Julian Carax라는 작가의 라는 책을 뽑아들고, 아버지의 말처럼 이 책은 다니엘에게 운명적인 삶의 친구가 된다.
“첫번째 책, 첫 이미지, 뒤에 남는 말들의 울림은 우리 삶을 관통하고 기억 속의 궁전을 짓는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얼마나 많은 세상을 발견하고, 얼마나 많이 배우거나 잊어버리더라도, 곧 돌아가게 될 궁전”이 바로 책이다. 이 소설은 그 자체로 책, 문학에 대한 헌사다.

좌파 아버지를 둔 딸의 생일선물을 찾는 손님에게 쥘 베른의 <신비한 섬>을 권해주는 Fermin, 뒤마의 소설에서 빌려온 것 같은 신비로운 미소, 스피노자의 책 사이에 숨긴 비밀의 책, 토마스 하디 를 뽑아드는 베아, 빅토르 위고 의 만년필... .
"책은 지루해" 라고 말하는 친구 호르게에 비해, 줄리앙은 "책은 자신이 이미 내면에 가지고 있던 것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라고 말하며,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을 읽었냐고 물어보는 호르게의 아버지 알다야에게 줄리앙의 아버지는 "소설은 여자와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p.207)
그리고 러브스토리의 두 주인공 다니엘과 베아가 서로의 내면세계로 초대하는 것도 책을 통해서이다.
베아는 TV가 책을 대신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한 의견도 작가의 목소리일 것이다.
“the art of reading is slowly dying, that it’s an intimate ritual, that a book is a mirror that offers us only what we already carry inside us, that when we read, we do it with all our heart and mind, and great readers are becoming more scarce by the day.” (p.484)
작가의 홈페이지(http://www.carlosruizzafon.co.uk/)에 실린 인터뷰를 보니 역시 19세기 고전 소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톨스토이, 디킨스, 콜린스, 도스토예프스키, 발자크, 위고, 하디, 뒤마, 플로베르를 언급하며 소설 속의 소설, 미스터리, 러브 스토리, 역사 소설, 여러 쟝르를 하나로 만든 것 이라고 이 책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바람의 그림자》에 매혹된 주인공 다니엘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더 이상 돌아가신 엄마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던 날 ‘잊혀진 책의 묘지’에서 발견한 책과 함께 사랑하고 성장해나가며, 《바람의 그림자》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면서 다시 엄마의 얼굴을 기억하게 된다.
‘말보다 더 끔찍한 감옥’인 기억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의 아들 줄리앙이 열 살이 되던 해 아들의 손을 잡고 ‘잊혀진 책들의 묘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생의 비밀을 들려준다.
다시 바람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책 속의 인물들이 툭툭 내뱉는 질펀한 삶의 지혜들 - “운명은 대개는 바로 가까이에 와있지. 도둑, 창녀, 복권장사의 가장 공통정인 특징처럼. 하지만 운명이 하지 않는 것이라면 가정방문이야.”(p.225) - 과 아름다운 문장도 좋고,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시절의 역사적 배경도 들여다보인다.
그리고 책의 부록인 ' 바람의 그림자 따라 바르셀로나 여행하기'. 바르셀로나라는 도시 인상에 한 겹 더 추가.
한 번 들고 나면 잠들기가 싫을 정도로 빠져들었고,《백년동안의 고독》이후 처음으로...
인물들의 관계도를 마인드 맵으로 그려가며 읽었다.
사폰은, 이 책을 시작으로 '바르셀로나 3부작'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 3부작의 두 번째 책 천사의 게임(The Angel's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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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now 2009/03/31 2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솔깃한 책인데요.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unputdownable이었어요.
스페인의 역대 최고 베스트셀러인 <돈키호테>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었다고~.
펨께 2009/04/01 2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책을 작년인가 서점에서 봤다는...
가슴에 남겨지는 책이라면 좋을것 같다는...
알버트헤인에도 있고,기차역 서점에도 있던데요. 많이들 보는 것 같아요 네덜란드에서도.
boramina 2009/08/26 0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청난 스포일러가 있군요.ㅎㅎ
이 책 몇 번 읽으려다 초반에 진도가 잘 안 나가 포기했던 책인데,
클라리스님이 추천하시길래 열심히 읽어봤죠.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던걸요.
다니엘이 카락스의 아들이 아닌가 계속 의심했더랬죠.
아마 이 리뷰를 먼저 읽고 책을 잡았더라면 끝까지 못 읽었을지도...
스포일러^^ 있어도 인물 관계가 너무 복잡해서요^^
이 작가 신작이 나왔는데,역시 서점에 쫙 깔렸어요.
런던에도 마찬가지로...(제법 두꺼운데, 역시 바르셀로나가 배경이고,그 흥미진진을 기대하면서 사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