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표현이지만 '작고 알찬' 곳이다. 베르메르, 렘브란트, 얀 스테인, 프란스 할스 등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대표적 화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고갱이'만 어쩜 이렇게 잘 골라놓았을까?
암스테르담 왕립미술관의 규모와 인파가 부담스럽다면 마우리츠하우스에서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미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하다.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는 '마우리츠 + 하우스'로 네덜란드의 왕가 오란여 가문의 왕자인, 요한 마우리츠(Johan Maurits, 1604-1679)의 집 이라는 뜻이다. 삼촌 이름, 아버지 이름, 대를 이어 반복해서 붙이다보니 이 마우리츠가 그 마우리츠인지 늘 헷갈린다. 하긴 네덜란드 왕실에 '윌렘'만 해도 몇 명인지...
이 마우리츠는 네덜란드 건국의 아버지 윌렘 반 오란여 공의 동생의 손자다. (윌렘 반 오란여 공의 아들 도 '마우리츠'...->[윌렘스타트]별 모양의 요새 도시)
마우리츠는 덴하그의 비넨호프와 호프베이버르Hofvijver 연못(이전 글[덴하그]네덜란드 정치의 안마당, 비넨호프) 옆에 있는 이 부지를 사들이고, 건축가 야콥 반 캄펜Jacob van Campen과 피터르 포스트Pieter Post에 의뢰하여 건물을 짓는다. (1636-1641)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은 당시 북홀란드의 고전양식이라고 하는데, 큰 홀을 중심으로 양쪽이 대칭이 되는 건물이다.
▲ 왕립미술관 마우리츠하우스
1820년 네덜란드 정부가 이 건물을 사들여 왕실이 소장한 미술품을 보관소로 사용했으며 1822년부터 미술관으로 일반에 개방되었다. 네덜란드 왕실의 소장품이었으니 그 컬렉션은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 회화가 단연 가장 많다. 멤링, 루벤스, 얀 브뤼겔, 반 데이크와 같은 플랑드르 화가, 홀바인 등의 독일 화가의 작품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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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기념사진 찍듯 유행하던 단체 초상화. 주인공은 외과의사이자 암스테르담의 시장이었던 니콜라스 툴러프(Nicolaes Tulp, 1593-1674) 다. (외과의사가 시장이라니! 게다가 성씨가 '튤립'이라니!1)
툴러프 의사의 해부학 강의를 듣는 그림 속의 인물들도 의사가 아니라 당시 '교양인'이 되고자 하는 유명인사들이었다고 하니 당시 네덜란드 사회상을 짐작할만하다. 의사도 아니면서 해부학이 교양의 척도였다는 것!
잔뜩 지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인물들의 이름이 청강생 중 한 명이 들고 있는 종이에 적혀있다고 한다.
◀ 렘브란트, 두 명의 무어인(Two Moors), c.1661, 77,8 x 64,5 cm
목축업의 나라이니 소와 양은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소재였을 것이다. 파우루스 포터르는 짧은 생애 동안 수많은 소 그림을 그린 '동물 화가'다. 이 그림은 실제로 보면 당당하고 힘 있는 황소의 자세에서 풍기는 생명력과 그 분위기에 압도되는데, 큰 화폭 속의 소가 성큼 걸어나올 것 같이 생생하다.
◀ 요하네스 토파스(Johannes Thopas),
반 발켄브르흐 가족의 여자아이(Girl from the Family Van Valkenburg), ca. 1682.
기묘한 느낌을 주는 그림.
흰 색 이불과 흰 색 드레스, 창백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이 여자아이의 영원히 잠든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반 발켄브르흐Van Valkenburg 가족의 두 살박이 딸이다.
딸의 모습을 초상화로라도 남기고 싶었던 부모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 호베르트 플링크(Govert Flinck), 유아용 의자와 여자아이(Girl by a high chair), ca.1640, 114.3 x 87.1 cm
어쩐지 마음이 안스러운 여자아이의 초상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초상화를 그렸겠지만,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은 어린 아이가 불편해보이는 옷을 입고 손에는 가방까지 들고 서 있는 모양이라니. 아이가 짚고 선 가구도 유아용의자다.
그런데도, 많아야 세 살 정도로 추정하는 여자아이의 옷차림이며 머리의 꽃, 목걸이 등 악세사리에 한참 눈길이 갔다. 의자를 짚은 왼손 가까이에는 사탕이 놓여있다. 화가가 렘브란트의 제자이던 시절에 그린 그림이다.
'교회 내부'를 마치 실내 조감도처럼 그리는 전문 화가였던 델프트 화가 헤라르트 하우크헤이스트Gerard Houckgeest의 그림.
델프트 신교회에 있는 윌렘 반 오란여공의 영묘를 중심으로 교회 내부를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이 그림에 눈길이 간 것은 신교회 건축물의 세부적인 묘사와 함께 인물들이다. 등을 보이고 '건국의 아버지' 묘지를 보고 있는 인물들의 옷차림을 흥미롭게 봤다.
이미지 해상도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손에 만져질 듯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그림 가운데에 보이는 기둥 하단에 그려진 낙서조차도 사실적이다.
교회 안 기둥에 낙서라니, 그것도 건국의 아버지 영묘 앞에서... 교회 안에 개도 같이 있는 걸 보면 당시 교회는 엄숙하다기보다는 친근한 마당 같은 장소였을까?
다음에 델프트 신교회에 가면 기둥에 낙서그림이 남아있는지 확인해봐야지..
뭐니뭐니해도 마우리츠하위스의 하이라이트는 베르메르.
덴하그와 가까운 델프트에서 일생을 보낸 베르메르의 작품 중 세 점이 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다이아나와 그녀의 요정들(Diana and her nymphs), c.1653-1654
베르메르가 23세쯤에 그린 초기작품.
실내풍경을 주로 한 쟝르화를 주로 그리기 전에는 이런 성경의 내용과 전통적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다.
사냥과 달의 여신 다이아나가 사냥 후에 요정들과 '발을 씻으며' 쉬는 장면.
2층의 베르메르 전시실에는, <델프트 풍경>과 함께 <진주 귀걸이 소녀>가 전시되어 있는데, 왜 네덜란드 사람들이 최고의 풍경화로 <델프트 풍경>을 꼽는지를 알 것 같았다.
베르메르의 작품으로 알려진 35점의 그림 중 풍경화는 단 두 점(<델프트 풍경>,<골목길>)뿐인데, 그 중 이 그림에는 '17세기 최고의 풍경화, 사실상 최초의 풍경화,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풍경화'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그림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네덜란드의 변화무쌍한 하늘 아래,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정지한 듯한 한 순간'이다.
▲ 델프트 풍경, 1660-1661
2층 베르메르 전시실에는 베르메르와 당대의 쟝르화가의 작품들이 같이 전시되어 있으니 한 눈에 비교가 된다.
평소 베르메르의 그림이 다소 작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쟝르화가들의 작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큰 화폭이었다.
이 그림은 너무 유명해서 엽서나 화집에서 많이 보았지만, '진짜' 그림을 보는 것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도 실감했다.
그림 앞에서 울고 싶은 심정...
◈ 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mauritshuis.nl/
- 니콜라스 툴러프의 원래 이름은 클라에스 피터르스존Claes Pieterszoon. 즉, '피터르의 아들'이라는 성씨였다. 당시 네덜란드는 성씨 사용이 아직 보편적이지 않았고, 아버지의 이름 뒤에 '누구누구의 아들'하고 부르는 식이었는데, 당시 튤립 투기가 한창이던 때여서일까? '튤립(Tulp)'을 성씨로 채택, 창씨를 한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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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now 2009/04/26 1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덕분에 그림 구경 잘 했어요.
저렇게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건물도 그렇지만 그림도 직접 봤을때 느낌이 진짜 다른 것 같아요.
저 진주 귀걸이 소녀 그림이 그곳에 있군요.
예, 저도 그림에는 문외한인데도 미술관 다니는 취미가 붙어가고 있는 중이에요.
밤문화^^가 없고 다들 꽁박혀 지내는 데다, 날씨까지 안 좋다보니 궂은 날, 특히 겨울에는 미술관 가는 일이 딱이더라고요...
monalisa0430 2009/06/06 0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
이야기손 2009/07/31 02: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럽습니다. 저도 여행을 할 때마다 그 지역의 미술관을 가장 먼저 찾아보는데요.
외국여행에서는 일행이 있으니까제가 원하는 코스로 잡을수도 없고....
특히 미술관을 보는 것이 아닌....
그림을 보는 ...작품을 보는 시간......어려워요.
혼자서 가면 소원대로 그림을 실컷 볼 수 있으려나.......
이렇게 가까이에서 원작품을 보면서....
예전에 알던 그림과 비교해가면서 끌까지 쓸 수 있다니....
참 좋으시겠어요.
그림을 보고 싶을 때마다 와 보고싶네요.
감사합니다.
저도,미술관 나들이에 마음맞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혼자 가는 편인데,어쩌다 누구와 동행하면,괜히 쫓기는
기분이 들곤 해요.
한동안 뜸했었는데,좋은 전시회 있나 함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