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브리아에서는 아시시Assisi를 꼭 가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루쯤 묵으며 고요한 마음이 되어서 좋았다는 여행기를 많이 봐서
왠지 성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고적한 곳이리라 상상을 했는데
'작고 조용한 동네'라는 기준은 참 상대적인 것이어서, 관광객들을 감안하더라도
내 눈에는 그리 고요한 성지 같지는 않았다. 움브리아에서도 그리 작지 않은 도시였고.
한국 기준으로 보면, 작고 조용한 마을일 텐데, 내가 워낙 옹기종기한 동네에 살아서 그런 것 같다.
프란체스코 성인의 동네답게, 순례 교회들이 많다. 내륙지방인 데다가 농업지역이어서인지 도시들이 중세에서 더 커지거나 현대화되지 않고 머물러있다는 느낌과 (붉은 빛이 도는 돌, 건축재료 덕이 아닐까)
이탈리아 북부지역처럼 외부 문화 영향을 많이 받지 않고, 움브리아 고유의 색을 지닌 건축물들이 아름다웠다. (비잔틴이나 고딕보다 로마네스크 스타일이 내 취향이라...)
교회마다 저만의 자태가 있고, 사연 있는 주인공이 있었다.
아시시 기차역. 기차역에서 언덕 위의 아시시까지 버스가 자주 다닌다.
이탈리아 기차역에서 눈에 들어온 점. (네덜란드와 어쩜 이렇게 정반대인지.)
- 공중화장실이 있다. 무료. 깨끗한 편이다.
- 지하나 육교 보행통로를 놔두고, 철길을 그냥 무단횡단한다. 역무원 거의 안 보임.
교회마다 프란체스코와 관련된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었다.
전쟁이 많았던 시절, 아시시에서 비교적 괜찮은 집안의 촉망받는 자제로서,
관광객과 순례자들은 아시시를 찾는다. 으뜸은 이 바실리카.
코스마테스크라고 하는, 이탈리아 고딕 양식의 특징이라고 함.
(* Cosmatesque : 중세 로마와 그 주변지역에서 쓰인 기하학적 패턴의 건축 장식.
이 장식기법을 몇 대에 걸쳐 스타일로 만든 건축가 집안 코스마티Cosmati에서 온 이름.
주로 바닥 타일 패턴에서 나타남. 일종의 모자이크)
[미네르바 신전(Temple of Minerva)]
아시시의 중심인 포폴로 광장, 포폴로 탑과 나란히 있다.
기원전 100년경에 지었다는데, 6개 기둥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내부는 교회로 바뀜.
※ 바실리카 안에 있는, 프란체스코 성인의 삶을 그린 프레스코화는(1290년대 제작) 피렌체의 화가 지오토Giotto와 그 제자들이 그린 것이라 잘못 알려졌었음. Maestro di San Francesco로만 알려진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함.
[두오모]
지금 보는 건물은 12세기에 지어진 것.
프란체스코 성인, 클라라 성인 모두 여기서 세례 받았다고 함.
[성 키아라 교회 Basilica di Santa Chiara]
성 프란체스코 교회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는데(1257~),
클라라(Chiara, Clare, Clara) 성인의 묘지와 유물(이라야 누더기 옷 정도이지만)이 있다.
클라라 성인(1194-1253)은 프란체스코 성인의 첫번째 제자 그룹 가운데 한 명.
클라라 수녀회를 세우고, 프란체스코의 전통에 따라 수녀회를 이끌었음.
세계 여기 저기에 '산타 클라라'라는 이름을 붙여 준, 아시시 출신의 성자다.
'Maestro di Santa Chiara'(13세기 말)라고 알려진 무명 예술가가 그린 프레스코화를 한참 올려다봤다.
(성 프란체스코 교회 프레스코화 제작에도 참여했을 것이라 짐작.)
클라라 성인의 삶을 묘사한 그림이었는데, 참 아름답더라.
클라라 성인의 지하 묘실에는 그 삶을 연대별로 설명을 곁들여 그려놔서 자세히 봤다.
프란체스코의 설교에 매료되어 수도자가 되고 싶었던 클라라는 귀족가문의 딸이었는데, 부모가 정략결혼 시키려 하자 집을 도망나왔고, 프란체스코의 보살핌 아래에 수도생활을 하고 성인이 되는, 삶의 연대기였는데, 이 시기 프레스코화는 만화 같은 면이 있어서(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좀 과장되게, 생동감있게 표현하는) 재미있었다. 특히, 프란체스코 성인이 클라라의 긴 머리를 가위로 싹뚝 자르는 장면. 가족들이 딸을 찾아 들이닥치자 클라라는 이미 잘라버린 머리카락을 보여주는데, 이런 내용을 묘사한 그림이 정말 재밌었다. 게다가 클라라의 동생이 또 수도자가 되겠다고 왔는데, 다시 남자 가족들이 들이닥쳤고, 이때 동생은 몸이 갑자기 땅에 붙어서 안 움직였고, 그래서 가족들이 단념하고 돌아갔다던가 하는...정도로 기억난다.
프란체스코 성인이 태어난 자리에 스페인의 필립 3세가 지었다는 교회.
1615년 건축. 돔이 있는 후기르네상스 스타일.
당시 아시시에서는 꽤나 '신축' 교회였을 테다. 그래서 이름도 '신교회'다.
전쟁한다고 바빴을 스페인 왕 필립 3세가 여기까지 왔었나 하고 찾아보니, 내용이 이렇다.
[1613년 안토니오 더 트레죠라는 스페인 군인이 아시시에 왔다가 (아마도 성지순례?)
프란체스코 성인의 생가 자리가 훼손되고 있는 걸 보고 상심하여, 행동 개시.
로마에 있는 스페인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스페인 왕 필립 3세의 헌금 받아서 생가를 사들임.]
'여행 > 이탈리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탈리아 움브리아]아시시-교회 (8) | 2011/09/25 |
|---|---|
|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으로 파괴된 중세 (10) | 2009/04/07 |
| [이탈리아 아브루초]라퀼라 풍경 (0) | 2008/02/25 |
| [이탈리아 아브루초]그란사소가 보이는, 라퀼라 (0) | 2008/02/16 |
| [이탈리아 아브루초]라퀼라의 두오모 광장에서 (5) | 2008/02/15 |
| 이탈리아적인 삶 (2) | 2008/02/07 |
댓글을 달아 주세요
PinkWink 2011/09/27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12세기... 등등에 지어진 건축이 이렇게 훌륭히 잘 보존되어있다는 것이 또한 부럽기도 합니다.
에구...
오랜만에 왔습니다.^^
이제 두 발로 다니시나요?
저도 참 오랜만에 왔어요^^
herenow 2011/09/28 1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이에요, 클라리사님.
잘 지내시죠?
아씨시, 저는 참 좋았었는데 클라리사님 글 덕분에 공부도 좀 하네요. ^^
오랜만이에요!!!
아씨시...저도 좋다는 말만 듣고 갔는데
예 좋대요.꼭 아씨시여서가 아니라, 저 동네(움브리아)
분위기가 취향에 맞는달까요.내륙에 있어서,이리저리 영향
많이 받지 않고, 자기 색깔을 갖고 있는 듯해서요~
boramina 2011/09/30 1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오랜만이에요.
아시시, 가 보고 싶은 곳인데 아직...
이제 다시 블로그로 돌아오신 거지요?^^
오랜만이라는 인사들을 보니까^^
어디 갔었던 건 아니지만~
블로그 자주 와야겠다 싶네요.
오랜만이에욧!!!
그라나도 2011/10/03 1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이시네요^^ 여전히 좋은 곳들 다니시구요 ㅎㅎ
좋은 사진, 글 더 보길 기대해요~^^
새내기 생활 잘하고 계시죠?
오랜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