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의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 (Wallraf-Richartz Museum)

쾰른 대성당이 '나 옛날에는 대단한 도시였다네'하며 위세를 떨고 있는 듯 하다면, 이 미술관은 중세 유럽에서 '북부의 로마'로 불리며 잘나가는 도시였던 쾰른의 은근한 저력을 내뿜는다. 당시에는 라인 강을 끼고 교역만 한 것이 아니라 플란더런, 네덜란드, 독일 지역의 중심지이니 문화예술도 크게 오고 갔을 것이다. 중세 쾰른 지역의 고딕 회화부터 19세기까지의 플란더런,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회화 작품들이 있다. 슈테판 로흐너의 아름다운 고딕 그림들, 마네, 드가, 세잔 등의 인상주의 화가들, 반 고흐, 렘브란트, 루벤스, 코린트, 뭉크 등 대가들의 작품이 많은데도 유럽 여느 미술관에서처럼 그 규모에 질리거나 다리가 아프거나 하지 않는 적당한 규모의 컬렉션이다. 미술관은 발라프Wallraf와 리하르츠Richartz, 두 사람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컬렉션은 1824년, Franz Ferdinand Wallraf의 소장품에서, Johann Heinrich Richartz가 건물을 기증하여 1861년에 문을 열었다. 


▲ The Saint-Dennis Channel in the Harbour of Metz by the light of the moon, Stanislas lepine,1876/79

독일 발라프리하르츠 미술관

▲The Bodice, 1880/81                   ▲Young Parisian Woman, 1869

쾰른의 화가 라이블(Wilhelm Leibl)의 그림 두 점. 당시 패션 잡지가 있었다면 화보의 한 컷이 이랬을까?
카메라를 접사로 들이댄 것 같이 사실적이다. 라이블은 사실주의 화가로 주로 농민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고
알고 있었는데 좀 늘어진 파리의 아가씨 그림이 있었다. '나 이대로 살래'라고 말하는 듯한.              


▼ 꾸르베, 바닷가, 1865


▼ Carl Begas, The Begas Family,1821

쾰른 대법원장인 아버지의 뜻에 반해 화가가 된 아들 베가스(Begas)가 그린 자신의 가족이다.  가족들 얼굴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에, 기타를 연주하며 짐짓 '우리는 행복한 중산층 가족이랍니다' 라고 말하고 있고, 검은 양과도 같았을 아웃사이더 화가가 그림 오른쪽 모퉁이에서 자신의 가족들을 쳐다보고 있다.

세잔, 고흐

고흐가 네덜란드 누넨(Nuenen) 시절 그린 그림이 있어서 반가웠다. 어두운 색감의 농가 풍경.

▲ Cottagein Nuenen, Van Gogh, 1885, Nuenen

▲ 로댕, 발자크                                           ▲ 코린트, 자화상,1918

에밀 졸라가 회장으로 있던 프랑스 문인협회의 요청으로 만들었으나 막상
 문인협회는 작품 수령을 거부했던, 로댕의 그 발자크가 쾰른의 인상파 전시실에도 서 있었다. 로댕 작품 중에는 이렇게 거칠고 다듬다 만 듯한 돌덩어리도 있다. 당시에는 디테일 없이 이렇게 거친 기운을 강조한 작품이 어지간히 전위적이었던 가보다. 실제 로댕은 이 작품을 의뢰받고 발자크에 관한 문헌자료를 수집하고, 그의 고향을 찾아가고, 그가 입었던 외투를 제작해서 입어보기도 하는 등, 한 인물을 이해하려고 아주 애쓴 한 끝에 6년에 걸쳐 이 작품을 빚었다는데. 로댕의, 발자크 재현이 미완성이라는 양식을 빈 것인지, 오랜 연구끝에 한 인간으로서의 거장 발자크를 그려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로댕같은 대가도 시대와의 불화를 겪었다는 걸 알려주는 작품이다.

코린트의 자화상은 이 미술관에서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생각보다 아주 크고(그림의 크기에 대해 어떤 예상을 한 건 아니었지만, 화폭의 실제 크기가 크기도 했고, 그 강렬함도 실제로 보니 더 했다.) 힘있는 그림이었다. 코린트가 뇌졸중으로 오른손이 마비된 뒤에 왼손으로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린 것으로, 이 시기부터 
그림이 거칠어졌다고 한다.

▲ Karl Blechen, Grotto at the Gulf of Naples, 1830


그림 엽서 같은 그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림 옆에는 'The Light of the South'라는 제목으로 해설이 적혀있다. 베를린 출신의 은행원이었던 Blechen은 24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 그림의 배경은 이태리 남부의 해안가인데 두 명의 은둔자(hermit)가 동굴 입구에 앉아있고, 이 남쪽의 빛이 화가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는 설명이다. 그림 좋다...
 

      ←Jan Bruegel, Flowers in an Earthenware Vase,1610/1620
      ↗Cornelis Norbertus Gijsbrechts, Quodlibet, 1675
      ↑
Pablo Picasso, Spearing a bull with the lance, 1957

네덜란드의 바니타스 정물화들이 몇 점 있어서 반가웠는데, 꽃 정물화의 대표화가 얀 브뤼헬, 당시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눈속임 그림'도 눈에 띄었다. 렘브란트, 루벤스 등과 동시대의 네덜란드에 이런 그림도 인기있었다! 손거울, 빗, 편지 같은 개인 소품을 메모판에 모아놓고는 진짜인 것 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그림들은 '과연 이걸까요? 아닐까요?' 하고 묻는 초현실 같다. 징그럽도록 자세하게 묘사된 정물화들도, 사실적이라기 보다는 추상화같다. 극과 극은 통하는 것처럼.

피카소의 '소' 그림은 특별전 중이던 <고야, 피카소전>에서 하나 고른 것이다. 투우장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고야와 한 세기 후의 피카소가 어떻게 표현했나 비교한 전시였다. 피카소의 그림들은 마치 철수 판화 같다.

발라르프 리하르츠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뭐니뭐니해도 렘브란트의 '쾰른 자화상'일 것이다. 이 그림 앞에서 과연 그림 속에 한 명이 더 있구나 살펴보는데, 전시실을 관리하는 직원이 혼자 작품 감상하도록 놔두질 않아서 '쾰른 자화상'이 있는 전시실은 서둘러 나왔는데, 렘브란트의 그림마다 따라오며 설명을 해주고 싶어했고, 2층 전시실을 빠져나오려는데는 문까지 따라와서 1층에 가면 어떤 어떤 그림을 빠뜨리지 말고 꼭 보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라오스 출신인 이 아저씨는 '버어마 사태'를 비롯한 전두환과 그 시절 현대사까지 들먹이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슬쩍 한국음식 얘기로 넘어가더니 마지막엔 불고기 메뉴도 있는 식당을 소개한다며 식당 명함을 건넸다. 참 특이한 미술관 직원이구나 싶었는데 결국 전문 삐끼였는지는 아리송하다만...

이 미술관의 그림들 가운데에, 미술사에서 가장 의미있는 작품이라면, 바로 이 자그만 마돈나 그림. 일명 '쾰른의 모나리자'. 초기 플란더런 화가들처럼 사실적이고 세부 묘사에 공들인 고딕 그림이다. ▼ Madonna in the Rose BowerStefan Lochner, 1448


Posted by 클라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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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기마녀 2007.06.07 1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광장과 하늘이 보이던 이 방이 제일 좋더라. 한참 앉아서 쉬다 글도 끄적거렸던 거 같다.